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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人] 조강훈 한국예총 29대 회장..."위기에 빠진 예총 살려내는 것이 내 책무"
작성일
2024.06.20
조회수
137

 

[글로벌 포커스人] 조강훈 한국예총 29대 회장..."위기에 빠진 예총 살려내는 것이 내 책무"

 

 

"한국예총의 현재 부채규모는 830억여원...매월 2억원 이상 적자 누적"


"체육 등 다른 분야와 달리 한국예총은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해"


"예술인센터는 선배 문화예술인들이 남겨주신 건물...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할 자산"


"후배 문화예술인으로부터 '조강훈은 한국예총을 위해 자신을 던진 사람'이란 평가 듣겠다"

 

 

조강훈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제29대 회장. 사진=한국예총 제공


 

지난 2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 제29대 회장으로 취임한 조강훈 회장은 늘 '한국예총의 위기극복'을 강조하고 있다. 
 1961년 설립된 한국예총은 건축·국악·무용·문인·미술·사진·연극·연예·영화·음악 등 10개 회원협회와 171개 전국 광역시도  및 시·군 연합회로 구성돼 있으며 회원수는 130만 명에 달한다. 전국적 네트워크와 풍부한 인적자원은 물론 가치가 1600억원에 달하는 건물(대한민국예술인센터·서울 양천구 목동 소재)도 보유하고 있는 등 '위기'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한국예총이 왜 위기인지, 위기라면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조강훈 신임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임(2월26일) 4개월여 시간이 지났다. 취임 후 줄곧 ‘한국예총의 위기와 극복’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 한국예총은 왜 위기인가?
- "한국예총의 위기는 여러 복합요인이 있으나, 현재 가장 큰 요인은 대한민국예술인센터 건립과 운영 미숙에 따른 부채 증가가 핵심이다. 특히, 지난 4년간 센터 운영은 더 이상 최악을 논의할 수 없을만큼 비상식적인 경영이 이뤄졌다. 현재 센터는 운영하면 할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한계 수준에 이르렀다."

▶부채규모가 어느 정도이길래?
- "회장 취임 후 확인한 부채규모만 830억원에 달한다. 1996년 목동 대한민국예술인센터를 착공 후 IMF와 건설사 부도 등으로 재정적 위기가 시작됐다. 이후 수차례 이뤄진 은행 대출과 비정상적 부실경영이 맞물려 부채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현재 건물 공실률이 70%에 달한다. 매월 인건비와 대출금에 대한 이자, 건물 유지보수비 등 4억여원의 운영자금이 필요한 반면, 한국예총의 유일한 수익원인 임대수입은 월 9000만에도 미치지 못한다. 결국 매월 3억원 이상의 빚이 쌓이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재정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예총은 파산할 수밖에 없다."

▶설명을 들어보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듯하다. 건물을 매각해야하지 않겠나?
- "역대 회장들이 센터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회원들과 문화체육관광부와의 협의를 통해 부분매각 등 회생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예술인센터는 선배 문화예술인들이 남겨준 소중한 자산이다. 가능하다면 전부를, 아니면 절반이라도 지켜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그것이 29대 회장으로서의 내 책무라고 생각한다."

 

조강훈 한국예총 회장과 류원근 글로벌경제신문 편집국장이 대담하고 있다. 사진=한국예총 제공



▶취임식에서 ‘한국예술문화단체지원법’ 추진을 공약했다가 '문화예술진흥법 일부 개정 추진'으로 방향을 수정했다고 들었다. 
-"국내 최대 예술단체인 예총은 지난 60여 년간 전국조직을 기반으로 예술문화 발전과 국민 문화향유권 확대에 기여했으나 관련 법률부재로 제도적 지원 및 사업추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취임 초 정부와 협의해 '한국예술문화단체지원법'을 추진하려했으나 회장 임기내 법 제정이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검토결과가 나와 현재의 문화예술진흥법을 일부 개정해 이를 대신할 계획이다."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달라. 
- "산업부, 미래부, 국토부, 중기부 등은 법적기반을 갖춘 다양한 단체를 설립해 대기업 등의 진흥과 권익을 대변하고 있다. 반면 한국예총은 중앙 회원협회(10개)와 광역시도 연합회, 시군지회 등 160여개 전국네트워크와 100여만명의 회원 등 실체적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법률적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문화예술진흥법 일부 개정을 통해서라도 전국네트워크를 갖춘 종합예술단체의 법적 기반을 확보해 예술인들의 권익 신장, 지속가능한 창작환경 조성 등으로 예술문화 발전과 국민 문화향유권 확대에 기여하고자한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국예총 조강훈 회장을 만나 현안을 듣고 있다. 사진=한국예총 제공

 

 

▶최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을 잇달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예총의 재정적 위기와 관련된 논의가 있었나?
- "두 분에게 현장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예총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전무한 실정임을 알리고, 전국적 네트워크망을 갖춘 종합예술단체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법과 조례를 만들어 주실 것을 부탁드렸다. 특히 2005년 이후 완전히 끊긴 운영경상비에  지원에 대해 문체광부 및 서울시와 면밀히 협의하고 있다. 
 유 장관님은 그 누구보다 한국예총에 대한 큰 관심과 지원의지를 보여주셨는데, 먼저 한국예총의 쇄신과 잘못된 관행을 없애는 등 자구노력을 주문하셨다. " 

▶한국예총 회원과 예술인들이 상시로 참여할 수 있는 '국제 K-컬처 올림픽'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 "그동안 대한민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철강, 시멘트, 자동차, 반도체 등 물질적인 하드파워(Hard Power) 강화에 주력했고 이제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이제는 하드파워를 넘어 예술문화로 전 세계를 리딩하는 국가로 나가야 한다. 
 국제 K-컬처 올림픽’은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예술단체들이 협력하여 융복합예술 장르가 참여하는 글로벌 경연과 축제로 대한민국이 예술문화(Soft Power)를 선도하는 기반을 만들고자 함이다.
 이는 ‘한류’ 확산을 넘어 예술문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선진국과 글로벌 리딩 국가로 성장해 나가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취임 후 또 다른 공약으로 '지역예술원 설립'을 약속했다. 지역예술원 설립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 "예술인들은 명예를 먹고 산다’ 말이 있다. 예술인들이 가장 이름을 올리고 싶어하는 '대한민국예술원'은 현재 회원수가 100명으로 한정돼 있고, 이마저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많은 예술인들이 평생 예술원 회원이 되고 싶어하지만 제한된 규모로 인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작고하는 분들이 많다. 특히 중앙무대에 진출하지 않고, 지역을 지키며 주옥같은 지역문화를 일구는 다양한 예술가들의 업적을 기릴 방안의 크게 부족하다. 

 지역예술원은 각 지역의 원로예술인을 예우하고, 청년예술가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예총은 각 지방자치단체단체와 협의하여 ‘지역문화예술원’ 설립을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에 위치한 대한민국예술인센터 전경. 사진=한국 예총 제공



▶기업과 예술의 윈윈을 위해 기업이 후원하는 예술단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들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기업에서 ‘1사 1촌’ 운동을 펼쳐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를 줄이고 상생발전을 추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1사 1예’ 운동으로 기업에서 유망 예술단 육성을 지원한다면 기초 예술분야의 저변확대와 한류의 근원이 더욱 튼튼하게 이뤄져 K-컬처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것이 분명하다. 물론 유망 예술단 선발 절차 등은 한국예총에서 공정하게 선발하고 관리해 기업에 부담이 없도록 진행하게 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많은 숙제들이 어떻게 실현될지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회원과 정부 기업 등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한국예총은 대한민국 대표 예술단체로서 지난 60여년간 우리 예술문화 발전을 위해 헌신해 왔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변화와 혁신의 실패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는 지난 3월 예총이 뼈를 깎는 혁신과 변화가 없다면, 내일이 없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기를 시작했다. 해묵은 과제를 단기간에 극복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분석해서 그 원인을 제거하고 혁신·변화하는 한국예총을 만들겠다. 
 먼 훗날 후배들이 조강훈을 떠올리며 '한국예총을 위해 자신을 던진 사람'이라고 평가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다.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정부와 적극 소통하며 한국예총의 창립 정신과 선배 문화예술인들이 일궈놓은 업적을 이어가겠다.
 100만 예총 가족들의 인내와 성원 그리고 정부 등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한다." 

조강훈 회장은...
전남 순천 출신으로 정통 미술인의 길을 걷고 있는 회장은 조선대 미술대학 회화과(1985년)와 스페인 소피아국립예술대 파인아트마스터디그리(MFA)를 졸업(1994년)했다. 순천대·조선대·경기대 외래교수를 거쳤고, 2013년부터 4년간 한국미술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2022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운영위원장을 맡았으며, 개인전 13회(서울, 광주, 대구, 순천, 그리스 등)와 한국국제아트페어, 서울오픈아트페어, 화랑미술제, 휴스턴아트페어, 쾰른아트페어, 북경아트페어 등 국내외 단체전과 초대전에 300여 차례 참가했다. 
한국현대미술대상전 대상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문화예술 부문)을 받았다. '예술은 곧 삶'이란 소신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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